분류 전체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외옹치 - 바다향기길 외할아버지에 관한 전설이 담겨있는 항일까? 외옹이라는 단어를 추론해 가면서 궁금증을 풀 겸 찾아든 곳. 외옹치항은 속초항과 대포항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외옹치에 치(雉)가 붙은 이유는 바다로 뚝 튀어나와 성벽의 치(雉)처럼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2018년 4월에 개방되었다고 하니 7번 국도를 많이 오가고 했던 나의 행보가 여기까지 미치지 못했던 것을 아쉬워할 수밖에 없다. 너울이 심한 경우에는 접근하기 어려운 만큼 바다와의 대면이 가까운 듯하다. 바다로 향하는 문이 열려있고 군인 초소로 이어지는 작은 계단들이 아직 남아있는 걸 보니 오랫동안 개방되지 않았던 해변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겨울비 내리는 바다의 표정은 모든 걸 다 수용하겠다는 듯 잔잔하게 숨을 쉰다. 테크길을 걸으며 흐린 하늘 아.. 더보기 불영사 분천역과 승리역 사이 눈보라속에 트레킹을 한 탓인지 친구들이 울진 불영사를 들렀다가자는 제의에 흔쾌함은 없었다. 춥기도하고 급피곤한 정신적 허기가 몰려왔기 때문에 안온한 차에서 잠시 언 몸을 녹이며 밀린 잠을 몰아 자고 싶은 마음 뿐이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기 아쉽다는 친구의 간절함에 항복한 몸짓은 무겁고 더 추웠다. 봄이나 여름에 다시 오고싶을 정도로 계곡은 단아하고 품격이 넘친다. 계곡은 단단한 침묵으로 얼어있고 한발자국씩 다가가면서 귀한 선물 포장 하나씩 벗기는 기대감이 커지기 시작한다. 고목을 받들어 모시는 버팀목이 공손하게 세워져 있는 불영사 입구부터 마음이 열린다. 뭘까 천축산 깊은 골에 너른 들이라니 일반적이지 않은 풍경으로 들어가 본다. 바람도 등뼈가 있다면 딱 이 모습이여야 하지 .. 더보기 체르마트길에 가다 기온이 뚝 떨어지고 눈이 내리는 망설림을 뛰어 넘고 봉화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 비경길을 만난다. 일년 내내 크리스마스인 마을 그리고 분천역 산타마을에 눈이 소복이 쌓여 루돌프 사슴이 썰매를 끌기에 좋은 두께다. 분천역에서 협궤열차를 타고 승리역까지 갔다가 양원역까지 낙동강을 따라 트레킹에 도전해 본다. 대동여지도를 그린 김정호가 문득 떠 오르는 첩첩산중 심산유곡 사이를 사르락사르락 눈을 밟는 행복과 마주친다. 대동여지도를 걷는 듯한 심정으로 비경길에 들어선다. 눈보라가 가끔 고요를 깨고 내 빰을 어루만져 주다가 휭 사라진다. 침묵을 깨는 낙동강물 소리가 투명한 윤슬과 더불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영화 [기적]으로 알려진 양원역 이 마을에 희망이자 생명줄이 것을 실감한다. 호랑이해로 마무리하는 분천역.. 더보기 시인 문덕수 명시 모음 원에 대하여/문덕수 내 품안에 한 알의 씨로 묻혀 너를 닮은 과일로 익고 싶다 내 몸살의 칼날은 꽃잎이 되고 뾰죽한 내 돌부리는 만월처럼 깎이어 너를 닮아 차라리 타 버리고 싶다 외길로만 뻗는 이 직선을 휘어잡아다오 부러져 모가 나는 이 삼각을 풀어다오 윤곽이 아니라 그대로 가득찬 충실이기에 실은 우주도 너를 닮은 충실이기에 네 품 안에 떨어진 하나의 물방울로 바다처럼 넘치며 출렁이고 싶다 선(線)에 관한 소묘(素描) / 문덕수 선이 한 가닥 달아난다. 실뱀처럼, 또 한 가닥 선이 뒤쫓는다. 어둠 속에서 빗살처럼 쏟아져 나오는 또 하나의, 또 하나의, 또 하나의 또 하나의 선이 꽃잎을 문다. 뱀처럼, 또 한 가닥의 선이 뒤쫓아 문다. 어둠 속에서 불꽃처럼 피어 나오는 또 한 송이, 또 한 송이, 또 한 .. 더보기 상수리나무의 비밀 ㅡ황상순 상수리나무의 비밀 / 황상순 물고기는 그냥 물고기다 원숭이는 그저 원숭이고 나무는 본시부터 나무였다 물고기가 땅에 올라 원숭이가 되지 않고 원숭이가 사람으로 사람이 나무가 될 턱도 없는데 그렇게 각자 스스로 존재하는데 어떤 이는 일체유심조, 세상 모든 게 다 마음이 지어낸 거라고 얘길 한다 오늘 상수리나무로 회귀한 한 사람 결을 지난다 팻말을 걸어두지 않았으면 이 은밀한 진화를 아무도 알지 못하였으리라 시문학상수상(2022.12) 더보기 책상의 가족사ㅡ이기철 책상의 가족사 / 이기철 나와 이 소목상의 가족사는 오래 되었다 나는 사람과 세계를 사랑하는 법을 이 평면의 지형학에서 배웠다 그는 소파나 침대, 카우치나 장롱에 비기면 소품이지만 늘 지적인 그의 표정은 여타 장신구들과는 구분된다 처음엔 그는 부피가 작은 시집들과 교분을 쌓는가 싶더니 쇼펜하우어나 니체, 이광수 전집을 알고 난 뒤부터는 그의 얼굴에 자못 세계의 기류들이 흘러갔다 그는 우수와 사색을 즐기면서도 첨단과 도파민과 파안대소는 사양했다 내가 천추로 가는 길을 물을 때면 그는 자못 진지한 얼굴이 되어 쓰세요 쓰세요, 당신의 가장 아픈 말과 쓰린 상처와 슬픔이 밴 자줏빛 추억을, 하고 귀엣말로 대답했다 그리하여 나는 세기의 그늘이 드리워진 이 작은 공간 컴퓨터가 점유해버린 사각의 평면 위에 연필과 볼.. 더보기 미역귀 ㅡ 성영희 미역귀 / 성영희 미역은 귀로 산다 바위를 파고 듣는 미역줄기들 견내량 세찬 물길에 소용돌이로 붙어살다가 12첩 반상에 진수로 올려졌다고 했던가 깜깜한 청력으로도 파도처럼 일어서는 돌의 꽃 귀로 자생하는 유연한 물살은 해초들의 텃밭 아닐까 미역을 따고 나면 바위는 한동안 난청을 앓는다 물의 포자인가, 움켜진 귀를 놓으면 어지러운 소리들은 수면 위로 올라와 물결이 된다 파도가 지날 때마다 온몸으로 흘려쓰는 해초들의 수중악보 흘려쓴 음표라고 함부로 고쳐 부르지 마라 얇고 가느다란 음파로도 춤을 추는 물의 하체다 저 깊은 곳으로부터 헤엄쳐 온 물의 후음이 긴 파도를 펼치는 시간 잠에서 깬 귀들이 쫑긋쫑긋 햇살을 읽는다 물결을 말리면 저런 모양이 될까 햇살을 만나면 야멸지게 물의 뼈를 버리는 바짝 마른 파도 한 뭇 더보기 대천 짚트랙 대천 하늘을 날다! 충남 보령시 해수욕장 10길 79번지 짚트랙타워에 위치한 고공 트랙. 줄 하나에 몸을 달고 빠른 속도로 숲과 계곡, 또는 바다 위를 이동하는 레포츠로 와이어를 타고 이동할 때 트롤리와 와이어의 마찰음이 지잎~(zip~)과 비슷하게 들린다하여 '짚트랙'이라 불리고 있다. 라오스 방비엥 불루라군에서 산과 산 사이 계곡을 종주하는 '짚라인'으로 최적화된 정신력을 불러내어 줄 하나에 매달려 본다. 대천 앞바다를 가로지르며 내리꽂히는 아찔함도 잠시 바다를 날으는 갈매기가 되어본다. 12월초 상쾌한 바람에 몸을 맡기는 순간의 쾌감을 맘껏 즐겨본다. 일상탈출의 진수를 맛보는 대천에서의 머무름. 옹졸했던 마음이 해변만큼이나 너그러워진다.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