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벽 썸네일형 리스트형 숨은 벽 / 임경순 숨은 벽 / 임경순 백운대 인수봉 사이 간절함이 숨어 있다 여름 끝 가을 문턱 사이 그리움이 숨어 있다 깊은 계곡 징검돌 사이 망설임이 숨어 있다 갈참나무 졸참나무 사이 긴 포옹이 숨어 있다 칡꽃 달맞이꽃 사이 짧은 입맞춤이 숨어 있다 앙상하기 그지없는 나무뿌리 무엇을 들킨 것인지 심장 속 응어리로 박혀 숨 쉴 때마다 결린다 바람에 살 점 물어뜯기며 까마득히 숨어 있는 저 벽 침묵으로 말하면서 더보기 나무 학교 / 문정희 나무 학교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푸른 나무 사이로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 놓을 때 사랑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하며 숲을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서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 지기로 했다. 더보기 제1시집 [숨은 벽] 임경순 /시해설 ‘사이’에 숨은 참 자아의 탐색 김석환(명지대 문창과 교수) 임경순 시인이 첫 시집을 내놓는다니 먼저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시편들을 살펴 읽는 동안 비교적 늦깎이로 등단한 시인이 남달리 치열하고 꾸준하게 시심을 갈고 닦아 왔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원숙한 삶의 연륜을 바탕으로 하여 특유의 감각과 예지로 포착한 진실의 빛을 보며 신선한 감동을 감출 수 없었다. 매 순간 다가오는 일상에 매몰되지 않고 늘 자유롭고 무구한 자세로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며 주체적인 삶의 길을 기획하려는 자세를 독자적 어법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그러한 임 시인의 시를 대하면서 니체가 일찍이 20세기에 도래할 대중사회의 특징을 예견한 말이 다시 떠오르는 것은 우연도 무리도 아니었다. 니체는 20세기 대중들은 모두 같은 판단과 행동..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