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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절기에 쓰다 소설 절기에 /유종반 천지 기운이 내 안으로 깊게 파고들어 마음까지 움추려 들게 하는 요즘이지요 낙엽 떨군 가로수는 왠지 쓸쓸해 보이고 속살 다 드러난 숲속은 허전해 보입니다 눈 내리기 시작한다는 소설 절기입니다 기후변화 때문에 한낮은 너무 포근하고 개나리 진달래 봄꽃이 많이 피어있네요 곧 첫얼음 얼고 찬 겨울이 시작되겠지요 소설도 입동 절기처럼 겨울준비 때지요 나무는 그동안 자신 가리던 많은 잎을 남김없이 떨구고 찬바람 앞에 서있네요 우리도 모두 내려놓고 겨울 맞아야지요 자신을 깊게 헤아리며 들여다보는 겨울 나만의 시간 공간 속에 거울을 봐야지요 늘 깨어 나의 때를 알고 준비하며 사는지 지금 내 삶 모습이 제 때에 맞는 삶인지 한 해 첫 발걸음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듯.. 더보기
책식주의 / 임경순 책식주의 제목들이 진설된 책장 맨손으로 집어 먹기 수월하다 삶이 온통 흔들릴 때 냉기로 소름이 돋을 때 따뜻한 책 한 그릇을 비우고 치우침없이 조근조근 설득해 주는 책 한 잔을 마셔야 한다 막 버무린 겉절이를 먹다가 묵은지는 당분간 손이 가지 않는 법 틈틈이 소포로 배달되는 것들 보낸 이의 세계관은 넘길수록 속은 촉촉 겉은 빠삭하다 수십 년이 지나도록 뚜껑 한 번 열어 본 적 없는 대학 때 라면값 아끼며 할부로 산 건축학전집 오래 묵은 오크통을 개봉할 때처럼 매력적인 향기가 배어나올지 모를 일이다 바이칼 호수에만 사는 물고기 한 권을 굽고 바이블에 뜸이 든 성경 한 구절을 푼다 오이라세계류 숲 요정의 고리에 걸린 버섯 속갈피를 탐하다 과식하는 밤 눈은 뻑뻑한 모래알을 씹는다 더보기
인천한의원 작전동에 위치한 한의원을 안지는 오래되었는데 전화예약은 삼사개월 걸렸고 예약당일엔 일이 생겨서 결국 못가게 되었다. 숲해설 강사로 알게된 선생님께서 지인찬스로 차트를 급조해서 만들고 12번방 정진원장님이라는 한의사를 만나게 되었다. 허리가 자꾸 아픈것도 그렇지만 딸의 제삼신경통을 해결할 나름대로의 계산이 들어있었다. 세 번에 침치료는 팔과 다리에만 집중해서 침을 놓는 것으로 한 방에 앉은뱅이 의자에 방 석이 놓어진 곳에 열두어 명씩 둘러앉아서 치료를 받는 형식이었다. 마침 옆에서 치료를 받는 여자분이 제삼신경통으로 고생하고 있다며 딸의 고통에 격하게 공감해 준다. 지금은 거의 나아가고 있다는 소리에 귀가 번쩍 한다. 이제 딸이랑 두 시 접수를 끝내고 차를 마시고 있다. 희망적인 치료의 시작이길 간절히 바.. 더보기
만대항 만대항 / 임경순 노랗게 물든 콩밭 언덕을 지나 주저리 익어가는 가을 산길을 실타래로 오래 돌려 감아야 다다를 수 있다 위로에 궁핍해지면 어디로든 스며들고 싶은 법 고삐를 풀어 버리고 여기에 오기까지 달력을 얼마나 떼어 냈던가 갈매기 떼 날개를 접는 횟집 창가에서 이마를 맞대고 우럭매운탕을 먹는다 삼형제 바위가 보이는 나오리 마을 단풍이 들고 싶었는지 파도는 감국이 피어 있는 조약돌까지 추릅 추르릅 적신다 여섬이 보이는 솔향기 길에 보랏빛 잔대꽃이 벙글어지자 바람은 쏜살같이 꽃향기 훔친다 돌아가야 할 것들이 정박해 있는 선착장 태안반도 10월 끝자락에 서서 눈으로 마시는 노을 한 모금 내일의 먼지를 털어낸다 더보기
우담바라 (우담바라)라고 하는 풀잠자리알 계양산 숲길을 다니가 문득 발견한 소중한 보물이다. 이렇게 여리디여린 것들이 세상에 주인공인 거지. 신비한 모습이 스며드는 6월은 초록초록하다. 더보기
사랑 사랑 / 임경순 'ㅅ' 사람은 혼자서 열 수 없는 문이 있죠 'ㅏ' 밖에서 열어 주어야 하거든요 'ㄹ' 생각의 무릎을 꿇고 마음을 숙여야 'ㅏ' 문이 열릴 수 있어요 'ㅇ' 맞나요?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을 듯 더보기
숨은 벽 서문ㅡ함동선 자연의 이법理法을 인식한 내면풍경 咸東鮮 (시인,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단테가『신곡神曲』을 쓸 당시의 이태리는 기독교와 교회가 학문 문학을 다스렸을 뿐만 아니라 라틴어가 공용어, 학문어, 문학어였다. 이 때 그는 『속어론俗語論』에서 시란 유모한테서 배운 말로 써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훗날 낭만적 비평의 배아가 되었다고 한다. 또 한 분의 용기 있는 시인이 있다. 영국의 워즈워스 시인이다. 그는 코울리지와 공저한 『서정민요집』의 머리말에서 시는 왕, 귀족, 도시인이 쓰는 말보다 백성이 쓰는 쉬운 말로 써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결국 이 선언은 영국의 낭만주의 운동의 불씨가 되었다. 그가 젊어서 관심을 두고 참여했던 프랑스 혁명과 맥을 같이 한 문학혁명이었던 것이다. 이번에 첫 시집 『숨은 벽』을.. 더보기
50과 60사이ㅡ유승우교수 정서진 노을이 보여주는 세상 건너는 법은 그때그때 다르다 스물 즈음은 섬에서 섬 사이 조각배를 젓는 중이고 서른에는 여울 깊은 강물을 헤엄치는 일이며 마흔에는 산꼭대기 출렁다리를 건너는 것이란다 오십에서 육십은 너와 나 사이에 놓인 섬 강물 출렁다리를 수없이 오가는 중이라며 불콰해진 구름이 오늘따라 석양주를 권한다 - 임경순, 「50과 60 사이」 전문 인간을 가리켜 작은 우주宇宙라고 한다. 이 우주의 우宇는 공간이고, 주宙는 시간이다. 인간은 공간과 시간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공간으로 존재하는 것은 육신이고 시간으로 존재하는 것은 마음이다. 다시 말해 육신은 공간에 존재하는 시각적 이미지이고, 마음은 시간에 존재하는 관념적 이미지이다. 임경순 시인은 “정서진 노을이 보여주는/ 세상 건너는 법은 그때그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