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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요, 여행

불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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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천역과 승리역 사이 눈보라속에 트레킹을 한 탓인지 친구들이 울진 불영사를 들렀다가자는 제의에 흔쾌함은 없었다. 춥기도하고 급피곤한 정신적 허기가 몰려왔기 때문에 안온한 차에서 잠시 언 몸을 녹이며 밀린 잠을 몰아 자고 싶은 마음 뿐이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기 아쉽다는 친구의 간절함에 항복한 몸짓은 무겁고 더 추웠다.

 


봄이나 여름에 다시 오고싶을 정도로 계곡은 단아하고 품격이 넘친다. 계곡은 단단한 침묵으로 얼어있고 한발자국씩 다가가면서 귀한 선물 포장 하나씩 벗기는 기대감이 커지기 시작한다.

천축산불영지일주문

 


고목을 받들어 모시는 버팀목이 공손하게 세워져 있는 불영사 입구부터 마음이 열린다. 뭘까 천축산 깊은 골에 너른 들이라니 일반적이지 않은 풍경으로 들어가 본다.


바람도 등뼈가 있다면 딱 이 모습이여야 하지 않을까 하면서 지나가는 바람과 함께 동행한다.

불영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 본사인 불국사의 말사로 주변 산새가 인도의 천축산과 닮았다하여 천축산이라 칭하고 651년 진덕왕 5년경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이라고 한다.

계곡 물줄기들이 모여든 자연스러운 불영지가 오랫동안 이곳을 지켜온 주인같다. 호수만큼이나 품이 넓어 천축산을 끌어안아도 남을 만하다.


채마밭이 넉넉하니 장독대 또한 풍성할 수 밖에 없을 터 뚜껑을 눌러 쓴 항아리들이 어깨를 기대며 정담을 나눈다.


사찰의 중심인 대웅보전 특이한 것은 기단 밑에 죄우로 거북목이 나와있다. 보물 1201호로 화기를 많이 품은 천축산 기운을 누르기 위하여 물의 신인 거북이를 받쳐놓았다고 한다.

난 분명 돌거북 등에 올라선 것이고 거북은 부지불식간 붉은 등딱지를 두른 셈이고 대웅전은 거북의 거대한 몸체가 된 것이리라. 화기가 아무리 센 천축산이라 해도 고고하게 세운 거북이의 머리에 납작 엎드릴 것이다.

임진왜란도 피했던 응진전의 기개가 기품있는 자태로 활짝 열려있다. 돌계단이 향하는 길로 끝까지 걸어 들어가서 의상대사를 만나 작설차를 마시고 싶다.

경내에 있던 600년된 은행나무가 태풍으로 쓰러진 것을 4년간 물에 담그고 말리기를 하면서 제작한 불단 위에 봉안된 세 불상의 연세가 궁금하다.
구룡계곡으로도 불리는 광천계곡이 불영사를 감아돈다.
마치 용이 여의주를 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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