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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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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대항 / 임경순


노랗게 물든 콩밭 언덕을 지나
주저리 익어가는 가을 산길을
실타래로 오래 돌려 감아야 다다를 수 있다


위로에 궁핍해지면 어디로든 스며들고 싶은 법
고삐를 풀어 버리고 여기에 오기까지
달력을 얼마나 떼어 냈던가
갈매기 떼 날개를 접는 횟집 창가에서
이마를 맞대고 우럭매운탕을 먹는다

삼형제 바위가 보이는 나오리 마을
단풍이 들고 싶었는지 파도는
감국이 피어 있는 조약돌까지
추릅 추르릅 적신다

여섬이 보이는 솔향기 길에
보랏빛 잔대꽃이 벙글어지자
바람은 쏜살같이 꽃향기 훔친다
돌아가야 할 것들이
정박해 있는 선착장

태안반도 10월 끝자락에 서서
눈으로 마시는 노을 한 모금
내일의 먼지를 털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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