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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나무와 광부 ㅡ이선식 나무와 광부(鑛夫)/이선식 나뭇가지들이 허공의 지층을 파고들어간다 허공은 얼마나 견고한 지 일 년 내내 일 미터도 전진하지 못한다 나뭇가지 좁은 갱도 속 광부(鑛夫)들은 한 번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갱도 속에 뼈를 묻었다 대낮의 칠흑 속에서 빛의 광맥을 찾는 나무다 나는 너는 멀고 가 닿아야 할 깊이를 모르니 흰 날들의 향방이 캄캄하다 꽃, 해마다 단 한 번 허락된 등불을 밝혀 길을 찾는 측량 그리고 또 한 해 나의 완성인 너를 찾아 마지막 뼈를 꺼내 허공 속 갱도를 판다 더보기
담쟁이 /이경임 담쟁이 / 이경임 내겐 허무의 벽으로만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세상으로 통하는 창문인지도 몰라 내겐 무모한 집착으로만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황홀하게 취하는 광기인지도 몰라 누구도 뿌리 내리지 않으려 하는 곳에 뼈가 닳아지도록 뿌리 내리는 저 여자 잿빛 담장에 녹색의 창문들을 무수히 달고 있네 질긴 슬픔의 동아줄을 엮으며 칸나꽃보다 더 더높이 하늘로 오르네 누구도 뿌리 내리지 않으려 하는 곳에 뼈가 닳아지도록 뿌리 내리는 저 여자 잿빛 담장에 녹색의 창문들을 무수히 달고 있네 질긴 슬픔의 동아줄을 엮으며 칸나꽃보다 더 더 높이 하늘로 오르네 마침내 벽 하나를 몸 속에 삼키고 온 몸으로 벽을 갉아먹고 있네 지독한 사랑이네 * 안치환 노래로 시의 절절함이 녹아있는 시어 속에서 왜 나는 어머니의 굽어진 등..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