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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담쟁이 /이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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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 이경임

 

내겐 허무의 벽으로만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세상으로 통하는 창문인지도 몰라

내겐 무모한 집착으로만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황홀하게 취하는 광기인지도 몰라

누구도 뿌리 내리지 않으려 하는 곳에

뼈가 닳아지도록 뿌리 내리는 저 여자

잿빛 담장에 녹색의 창문들을

무수히 달고 있네

질긴 슬픔의 동아줄을 엮으며

칸나꽃보다 더 더높이 하늘로 오르네

 

누구도 뿌리 내리지 않으려 하는 곳에

뼈가 닳아지도록

뿌리 내리는 저 여자

잿빛 담장에 녹색의 창문들을

무수히 달고 있네

질긴 슬픔의 동아줄을 엮으며

칸나꽃보다 더 더 높이 하늘로 오르네

 

마침내 벽 하나를 몸 속에 삼키고

온 몸으로 벽을 갉아먹고 있네

지독한 사랑이네

 

 

* 안치환 노래로 시의 절절함이 녹아있는

   시어 속에서 왜 나는 어머니의 굽어진

   등뼈가 가슴으로 박혀오는지.

   내 삶의 모습이 질긴 동아줄로 칭칭 감기는

   슬픔에 왜 꼼짝할 수 없는지.

   지독한 사랑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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