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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답게 나답게

숨은 벽 / 임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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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벽 / 임경순

 

  

 

백운대 인수봉 사이

간절함이 숨어 있다

여름 끝 가을 문턱 사이

그리움이 숨어 있다

깊은 계곡 징검돌 사이

망설임이 숨어 있다

갈참나무 졸참나무 사이

긴 포옹이 숨어 있다

칡꽃 달맞이꽃 사이

짧은 입맞춤이 숨어 있다

앙상하기 그지없는 나무뿌리

무엇을 들킨 것인지

심장 속 응어리로 박혀

숨 쉴 때마다 결린다

바람에 살 점 물어뜯기며

까마득히 숨어 있는 저 벽

침묵으로 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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