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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숲

숲을 해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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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빠르게 국립 수목원에 숲 해설 교육 실습을 신청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JOOM 수업과 현장 실습 강의를 마무리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기대에 들뜬 칠월 말경 힐링할 기회가 내게 주어진 것이다. 국립수목원은 서너 번 와 본 적은 있었으나 해설가를 신청한 적이 없고 휘이휘이 수박 겉할듯 그렇게 둘러본 것이었으니 새로운 접근으로 인해 기대 반 긴장 반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굴참나무가 서 있는 입구 숲해설가의 보금자리에서 숲해설가 실습의 첫 테이프을 끊어 본다. 산림 박물관에는 나비의 표본과 부피가 엄청나게 큰 나무 나이테들을 전시해 놓았는데 그 규모와 세세한 기록들이 전시관을 가득 채웠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바닥에 설치되어서 마치 김정호가 되어 산과 계곡을 넘나드는 기분이 들었다. 산림 박물관에 담긴 자료를 보려고 세계 각국에서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몰려온다고 하니 자긍심이 높아지지 않을 수 없다. 다음 세대에 고스란히 물려줄 소중한 지적 자산의 가치를 만들어 역사라는 나이테에 한 획을 긋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능참봉으로 비롯된 광릉 수목원의 가치를 새삼 느끼고 생물의 특성을 깊이 들여다보는 소중한 한 주간이었다.
국립 수목원의 대표 생물이 장수하늘소와 광릉요강꽃이라 한다. 크낙새의 먹이가 장수하늘소 애벌레인데 장수하늘소가 점점 개체수가 줄고 있어서 크낙새가 더는 먹이 활동을 할 수 없어서 국립 수목원에서 볼 수 없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모든 종은 선호하는 생물이 있어서 그 생물 한 종이 멸종하게 되면 연쇄적으로 멸종될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숲해설가 윤인호 선생님의 해설기법은 인문학적 접근으로 클로드 모네 그림 속 수련의 정원으로 인도하는 호모 사피엔스로서의 독특한 스타일로 전혀 생각지 못했던 해설 방향이었다. 해설가마다 개성 있게 나무 특성과 무지를 깨우쳐주는 열정과 탐구 도전 정신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자연은 수백 점의 갤러리며 마더의 네이처라는 말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자연을 통해 생체 모방기술을 발전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고 99% 자연에서 1%의 과학이 만나면 세상을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감한 계기가 되었다.
4억8천만 년 전 지구에 최초로 기웃거렸던 녹조류가 이끼로 진화해서 양치류까지 자리 잡았다는 것을 유추해 보기도 하면서 양의 이빨 모양으로 이름지어진 양치류를 눈여겨보았다. 실습 3일 차에 인공 원두막 기둥에 딱따구리가 파 놓은 구멍이 여럿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천적을 피할 방법으로 인간 주변에 안심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그 구멍 중 동고비가 열심히 흙으로 오백 원 동전만 한 구멍 크기만큼 메꾸어 놓았다. 리모델링은 인간 전용이 아님을 웃음으로 대신하며 바라보았다. 비가 내린 다음 날 운이 좋게도 비슬나무한테 다가갈 수 있었다. 상처가 깊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가운데 다섯 가지 색채의 슬픔을 햇빛에 말리고 있었다. 남성의 나무라 일컫는다고 하는데 눈물을 감추기는커녕 몸 전체로 드러내어 눈물의 도랑을 만들어  슬픔을 발산하며 우뚝 서 있었다. 감정에 솔직한 비슬나무의 당당한 슬픔이 멋진 자태로 자리를 잡았다. 나도 한 그루 비슬나무가 되고 싶어 비슬나무와 팔짱을 끼고 인증샷을 찍었다. 깊이 있는 해설, 위트와 유모로 나무가 새로운 존재로 쏙쏙 마음에 담긴다. 생물마다 지나온 역사와 진화된 모습을 통해 자연의 순응과 지혜를 답습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예를 들면 굴참나무와 느릅나무는 수피를 벗겨내도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자생력이 있다는 것이다. 몇 년이 지나면 다시 수피가 차올라 온전히 아물게 된다는 것 굴참나무에게 내 상처도 내밀어 보고 싶다. 코르크 마개로 내 상처 구멍을 막아줄 것 같다. 느낌이 고장 난 세대에 사는 나를 일깨웠고 소리는 귀로 듣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는 것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국립수목원 숲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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