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나무와 광부 ㅡ이선식
야생초향기
2022. 12. 8.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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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광부(鑛夫)/이선식
나뭇가지들이 허공의 지층을 파고들어간다
허공은 얼마나 견고한 지 일 년 내내
일 미터도 전진하지 못한다
나뭇가지 좁은 갱도 속 광부(鑛夫)들은 한 번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갱도 속에 뼈를 묻었다
대낮의 칠흑 속에서 빛의 광맥을 찾는 나무다 나는
너는 멀고
가 닿아야 할 깊이를 모르니
흰 날들의 향방이 캄캄하다
꽃,
해마다 단 한 번 허락된 등불을 밝혀 길을 찾는 측량
그리고 또 한 해 나의 완성인 너를 찾아
마지막 뼈를 꺼내 허공 속 갱도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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