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답게 나답게

50과 60사이ㅡ유승우교수

야생초향기 2022. 11. 1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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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진 노을이 보여주는
세상 건너는 법은 그때그때 다르다
스물 즈음은
섬에서 섬 사이 조각배를 젓는 중이고
서른에는
여울 깊은 강물을 헤엄치는 일이며
마흔에는
산꼭대기 출렁다리를 건너는 것이란다
오십에서 육십은
너와 나 사이에 놓인



강물
출렁다리를
수없이 오가는 중이라며
불콰해진 구름이 오늘따라
석양주를 권한다


- 임경순, 「50과 60 사이」 전문


인간을 가리켜 작은 우주宇宙라고 한다. 이 우주의 우宇는 공간이고, 주宙는 시간이다. 인간은 공간과 시간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공간으로 존재하는 것은 육신이고 시간으로 존재하는 것은 마음이다. 다시 말해 육신은 공간에 존재하는 시각적 이미지이고, 마음은 시간에 존재하는 관념적 이미지이다. 임경순 시인은 “정서진 노을이 보여주는/ 세상 건너는 법은 그때그때 다르다”고 선포한다. 여기서 ‘노을’은 공간에 존재하는 시각적 이미지이고, ‘세상 건너는 법’은 ‘그때그때 다른’ 시간에 존재하는 관념적 이미지이다.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관념이면서, 모든 공간적 존재를 주재하는 자연현상이다.
시인은 <스물, 서른, 마흔>이라는 시간적 관념을 <섬과 섬 사이 조각배를 젖는 중, 여울 깊은 강물을 헤엄치는 일, 산꼭대기 출렁다리를 건너는 것>이란 시각적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오십에서 육십은> <너와 나 사이에 놓인/ 섬/ 강물/ 출렁다리를/ 수없이 오가는 중>이라고 그리고 있다. 그리고 ‘노을’로 인해 “불콰해진 구름이 오늘따라/ 석양주를 권한다”고 시를 마무리한다. 인간은 ‘사람사이’이며, 위의 시에서 보여준 ‘너와 나 사이’이다. 위의 시는 인간 곧 ‘사람사이’라는 관념을 <섬, 강물, 출렁다리>라는 사물을 통해 시각화해 보여준 시간철학 곧 인생철학의 이미지이다. 이런 관념적 시를 “석양주를 권한다”는 낭만적 정서로 마무리하는 여유가 놀라울 뿐이다. 이런 데서 시의 멋과 재미를 느낀다. 위의 시에서 ‘노을’을 열 오른 사람의 얼굴의 이미지인 ‘불콰해진 구름’으로 그리고, ‘노을’에 취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석양주를 권한다”로 비유한 시인의 시적 기교가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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