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답게 나답게

고양이 / 임경순

야생초향기 2022. 11. 1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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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 임경순


누구나 닥칠 일인걸
단지 내 차례가 되었을 뿐

밤의 냄새를 머금고 무릎에 앉는다

피부를 뚫고 나오려는 슬픔을
밤새 봉합하느라
기운을 다 써 버린 새벽

꼬리만 천천히 움직인다

암이 생각까지 파고든 그녀
떠오르는 것이 많을수록
검불데기로
마른 억새꽃으로 흔들린다

가릉가릉 다리를 감으며 맴돈다

유심히 다음에 또 보자고
지하도로 내려가는 등 뒤로
태연을 가장한 시선들이
촘촘히 박힌다
현관문 들어서자마자 무너질
목을 꽂꽂히 세우지만
정신을 지배할 시점을 찾느라
내려야할 전철역을 지나친다

지독한 시간이 지난다
신음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는
무심히 털을 고르는 눈빛

섬세한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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